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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아니코는 왜 숙성이 필요할까? 늦게 빛나는 포도 품종의 성격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의 의미, 알리아니코가 늦게 빛나는 이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유독 “지금보다는 나중이 더 기대되는” 품종이 있다. 알리아니코(Aglianico)는 그 대표적인 예다.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면 거칠고 단단하며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지만 이 포도 품종은 애초에 서두르는 성격이 아니다. 남부 이탈리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자라면서도, 병 속에서는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알리아니코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맛을 아는 것을 넘어, 시간이라는 요소를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 고대에서 이어진 뿌리, 이름에 남은 흔적알리아니코의 기원은 매우 오래되었다. 일반적으로 고대 그리스인이 이탈리아 남부에 포도를 전파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여겨진다. 이름 역시 ‘헬레닉(Hellenic)’에서 파생..

프리미티보는 왜 알코올이 높을까? 빠른 성숙이 만든 포도 품종의 성격

달콤하고 강하다는 인상 뒤에 숨은 이야기, 프리미티보의 진짜 얼굴 프리미티보(Primitivo)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종종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알코올이 높다”, “과일 향이 진하다”, “쉽게 마신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 프리미티보는 단순히 힘 있는 남부 이탈리아 레드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 포도 품종의 배경과 양조 맥락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이런 인식이 꽤 단편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프리미티보는 빠른 성숙, 지역 기후, 그리고 오해로 얽힌 역사까지 함께 이해될 때 비로소 제 성격을 드러낸다. 이름이 말해주는 성격, 빠르게 익는 포도프리미티보라는 이름은 ‘이르다’는 뜻의 라틴어 primativus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이 품종은 다른 포도보다 성숙 시기..

카르미네르는 왜 칠레를 대표하게 되었을까? 포도 품종과 기후의 관계

사라진 줄 알았던 포도, 카르미네르는 어떻게 칠레의 상징이 되었을까 와인을 마시다 보면 유독 “정체성이 분명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품종들이 있다. 카르미네르(Carménère)는 그중에서도 배경 이야기를 알고 나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포도 품종이다. 한때 유럽에서 사라진 품종으로 여겨졌고, 오랫동안 다른 포도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이름이 되었다. 이 극적인 이동과 재발견의 과정은 카르미네르의 맛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잊힌 품종의 출발점, 보르도의 그림자카르미네르는 원래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재배되던 고대 품종 중 하나였다. 카베르네 프랑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이 포도는 깊은 색감과 허브 향으로 블렌딩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을 휩..